인터블루항공해운 김병림 대표. 사진=한국금융경제신문DB
인터블루항공해운 김병림 대표. 사진=한국금융경제신문DB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관세 정책으로 촉발된 미·중 무역 갈등은 단순한 양국 간 분쟁을 넘어 전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었다. 그 여파는 지금도 글로벌 물류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포워딩 업계는 운임 상승, 통관 강화, 납기 불확실성이라는 삼중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항로에서는 운임이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고, 항공 운송 역시 유류비 부담과 긴급 화물 수요가 겹치며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됐다. 여기에 통관 절차까지 강화되면서 예측 가능한 운송 일정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공급망 전반에서 '정해진 날짜에 맞춰 도착한다'는 단순한 전제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동남아시아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콕, 싱가포르, 자카르타, 호치민 등은 환적 허브로 자리잡아가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도 확대되고 있으며, 복수 노선을 동시에 운영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시도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물류 기업의 전략도 달라졌다. 단일 루트와 단일 협력사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복수 항로 확보와 선사·항공사 다변화, 현지 파트너십 강화, 사전 서류 검토 시스템 고도화 등 다층적인 대응 체계가 마련됐다. 단순히 화물을 운송하는 역할을 넘어, 고객사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관세 전쟁은 물류 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변화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라는 점이다. 속도와 비용만을 우선하던 시대는 저물었고, 앞으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공급망을 설계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위기 대응 차원을 넘어 미래 경쟁력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글로벌 운송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누가 먼저 변화에 적응하고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업계의 향후 판도를 가를 것이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업은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이어가며,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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