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생각에 잠긴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생각에 잠긴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게 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규모와 집값 상승세, 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성장률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p 내리면서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완화적 기조로 전환했다. 이후 올해 2월과 5월에도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하하면서 총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0%p 낮췄다.

금통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추가 인하 시점에 쏠린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8월이나 10월 중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하 대출 규제)의 효과 확인을 배경으로 꼽은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상승세가 크게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9% 올랐다. 이는 지난 11일 기준 상승률 0.10% 대비 상승폭이 0.01%p 줄어든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신축,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 단지에서 국지적으로 상승 계약이 체결되며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규모도 늘었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 말 대비 24조6000억원 증가한 1952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대출과 신용카드 결제액 등을 합한 금액이다.

그중에서도 가계대출 잔액은 1832조6000억원으로, 1분기 증가폭(3조9000억원)의 6배에 달하는 23조1000억원이 3개월 사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14조9000억원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8조2000억원 증가했다.

6·27 대출 규제 이후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어드는 모습이지만, 주택담보대출 신청 이후 시차와 여름 휴가철 및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는 언제든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과열 양상을 보였던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6·27 대책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추세적인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통위가 이번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과 같은 요인들의 안정 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어 이번 달에는 동결을 예상한다”면서 소수의견 없는 만장일치 동결 결정을 전망했다.

공 연구원은 “신정부 출범을 전후로 이뤄진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안정 훼손 가능성에 대한 부담은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제약 요인이었다”며 “6·27 대책 이후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나 통화당국의 입장에서는 추세적인 안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해당 지표들이나 상황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6·27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 이후 가계부채 여건과 주택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지금이 추가 인하에 나설 적기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단행될 것으로 판단하지만, 이번 8월보다는 10월 인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하지만 올해 경제가 0%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점은 금리 인하 요인이다.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효과 등으로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조정 여부와 함께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1.0%로 상향 조정이 유력하나 조정될 전망치도 잠재수준(1.8~2.0%)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라며 “성장을 우려하는 기존 판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수가 회복되며 경기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크게 상향 조정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면서 “올해 1%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 평균 분기 대비 0.9% 속도로 성장해야 한다. 추경 효과로 민간소비가 개선되겠지만, 설비 및 건설투자 부진, 수출 둔화 등에 하반기 성장률 평균은 분기 대비 0.9%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순수출이 성장에 미치는 기여도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점도 올해 및 내년도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설비투자에서는 반도체와 일부 금속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며 “8월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지만,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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