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OK저축은행은 상반기 순익을 세 배 이상 끌어올리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총자산은 줄어 업계 1위 자리를 다시 내줬다. 대규모 부실 정리로 건전성은 개선됐으나 외형 축소라는 대가를 치른 셈이다.
11일 OK저축은행 2분기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2025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31억원으로 전년 동기 73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5대 주요 저축은행(SBI·OK·웰컴·애큐온·한국투자) 가운데 가장 큰 성장폭이지만, 순이익 순위는 3위에 머물렀다. 총자산 5조9933억원에 불과한 웰컴저축은행(388억원)에 당기순이익 2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순이익 급증은 유가증권 처분이익 증가다. OK저축은행의 상반기 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이익은 521억원으로, 전년 동기(35억원) 대비 15배 가까이 늘었다.
실적 개선과 대조적으로 자산 규모는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OK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3조1744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787억원) 대비 약 5% 감소했고, 전분기 대비로도 3.5% 줄어 한 분기 만에 업계 자산 1위 자리를 SBI저축은행에게 내줬다.
자산 감소 원인은 여·수신 잔액이다. SBI저축은행이 상반기 여신잔액 3166억원, 수신잔액을 7544억원 늘리며 자산을 불린 반면, OK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여신잔액 2618억원, 수신잔액 8619억원이 줄며 업계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OK저축은행에 한 달간 현장조사가 진행됐는데, 당시 ‘부실채권 정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후 연체율을 낮추는 데 주력하며 대규모 매각을 단행했고, 그 과정에서 처분손실이 발생하며 총자산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SBI저축은행은 꾸준히 부실채권을 매각해온 반면, OK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털어내며 자산이 급격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OK저축은행은 건전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반기 중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9.87%로 전년 동기(11.99%) 대비 2.12%p 하락, 연체율도 7.35%로 1년 새 2.41%p 떨어졌다. 이는 상위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개선이다. 다만, 연체율 수치만 놓고 보면 ▲SBI저축은행(4.06%) ▲애큐온저축은행(6.24%) ▲한국투자저축은행(6.43%) ▲웰컴저축은행(7.89%) 등 주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높은 축에 속한다.
특히, OK저축은행은 상반기 1152억원 규모의 대손상각을 단행했다. 이는 ▲웰컴저축은행(170억) ▲SBI저축은행(205억) ▲애큐온저축은행(190억) ▲한국투자저축은행(413억) 등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규모다. 부실을 조기 정리해 하반기 위험요인을 선제 제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전년 동기 1조315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22억원으로 1년 새 23.85% 줄었고,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22.71%에서 5.84%로 크게 낮아졌다.
외형 축소 기조는 모회사 OK금융그룹이 추진했던 상상인·페퍼저축은행 인수 무산과도 맞물린다. 일각에서는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두 곳을 동시에 인수했다면 단기적으로 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있겠지만, 전국구 지점망 확대와 대형화라는 기대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 성장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OK저축은행 앞에는 여러 하반기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교육세율이 0.5%에서 1.0%로 두 배 인상될 예정이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며, 늘어나는 세부담을 상쇄할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요구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실적 방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인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부담 규모가 수십억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저축은행 업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상반기 결산도 충당금 축소 효과로 이익이 발생한 측면이 있어, 세부담이 더해지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