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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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주식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자는 의견과 관련해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주주 기준 강화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하자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대주주 요건 때문에 연말마다 대규모 매도 공세를 목격했던 과거를 돌이켜보자. 이미 시장에서 답이 나왔고, 많은 투자자는 직접 경험까지 했다. 그럼에도 근 2달간 투자자들은 정부와 정당 간의 견해차를 바라보며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주주 요건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여당은 두달 간 불협화음을 이어왔다. 지난 7월 말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주주 요건 강화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코스피 5000’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주주 요건 ‘10억원 강화’에서 ‘50억원(현행 유지)’으로 논조를 바꿨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진성준 의원에서 한정애 의원으로 변경된 뒤 기조가 바뀐 것이다. 지난달 한정애 의원은 양도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으로 유지하자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다만, 기재부와 민주당의 대립은 계속됐다.

기자는 2개월 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식 투자자들을 목격해왔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대부분 과거 대주주 요건과 관련해 연말 대규모 매도 공세를 경험했거나 근처에서 목격한 투자자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12월만 되면 이른바 ‘큰손’들이 양도세 납부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대규모 매도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2022년 12월에는 ‘큰손’들이 하루에 약 1조5000억원을 매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대주주 요건 강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코스피 5000’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대주주 요건 강화는 애초에 검토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 특히 대주주 요건 기준이 10억원이던 시절, 연말마다 대규모 주식 매도가 이어졌음을 목격했음에도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기획재정부의 완강한 태도와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고집불통 행보에 많은 투자자가 밤잠을 설쳤고, 화를 삭였다.

이날(11일)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대주주 기준) 50억원을 굳이 10억원으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언급하자 투자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세제개편안은 당·정이 합의해야 할 사안이지만, 대통령의 굵직한 말 한마디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면 투자자들은 지친다. 대통령이 코스피 5000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면, 관련 부처는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정책으로 보여주고 증명할 때다. 이번처럼 투자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일이 재차 벌어진다면, 이번 정부는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이 신뢰하기 어려운 정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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