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블루항공해운 김병림 대표. 사진=한국금융경제신문DB
인터블루항공해운 김병림 대표. 사진=한국금융경제신문DB

한국금융경제신문=headlaner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단순히 두 국가 간의 분쟁을 넘어, 세계 경제와 물류 질서 전반에 심대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중동은 전 세계 원유와 가스 수출의 핵심 지역이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관문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은 이 지역 정세와 직결된다. 이번 전쟁으로 항만과 공항이 일부 마비됐고, 주요 해상 항로의 안전성도 크게 흔들리며, 물류업계 전반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은 그 상징적 사례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역은 ‘글로벌 에너지 동맥’으로 불린다. 하지만 전쟁 여파로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지자, 일부 선사들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운임 상승, 해상보험료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국 아시아 국가들의 원자재 및 에너지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류 업계의 시선은 이제 두 가지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첫째, 기존 해상 중심의 일극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 속에서 중동-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운송망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고부가가치·긴급 화물의 경우 항공 운송의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달 사이, 유럽행 전자부품과 제약품 수송에서 항공 운송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둘째,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일 경로에 의존하는 구조는 더 이상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인도, 터키, 심지어 동유럽 지역까지 새로운 물류 허브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전망은 단기적으로 녹록지 않다.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운임 상승과 리드타임 지연은 피할 수 없으며, 일부 기업들은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위기가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육상·항공 루트 개발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공급망 다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기반 물류 관리와 가시성 솔루션의 확산은 위기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된다.

셋째, 지역별 물류 거점을 다변화하는 전략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이제 물류의 본질은 단순한 운송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안정성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파트너십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더 넓은 네트워크와 유연한 전략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위협인 동시에, 공급망 패러다임을 재정립하는 역사적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만이 새로운 물류 질서의 주인공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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