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키움 히어로즈가 오는 2026시즌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2023시즌부터 이번 2025시즌까지 3년간의 부진을 떨쳐내고, 내년에 신임 감독 선임과 함께 구단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을 암시했다.
주춤했던 ‘영웅 DNA’를 깨우기 위해서는 그간 키움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약화된 뎁스’를 채우고, 젊은 영웅들을 키워낼 수 있는 사령탑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최하위 원인인 ‘외국인 타자 2명’ 전략 추진 인사를 영전하고, 주축 선수 부상을 유발하는 등 운영상 문제도 나타났다.
◆3연속 최하위 원인은 ‘2용타 전략’의 실패…제안 인사는 영전?
지난 7월 키움은 홍원기 감독과 김창현 수석코치를 해임했다. 뿐만 아니라 고형욱 전 단장도 ‘3년 연속 최하위 위기’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 시즌 키움이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타자 2명 기용 전략’이었다. 키움은 2025시즌 시작 당시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 2명과 계약했다.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를 영입해 장타력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지금의 외국인 선수 체제에선 한 번도 시도된 바가 없어 우려를 자아냈고, 결국 ‘최하위’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키움은 후반기 외국인 투수로 라울 알칸타라와 C.C 메르세데스를 영입한 이후 성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 6월 1일 알칸타라 첫 등판 이전 키움의 승률은 0.254(15승 1무 44패)인 반면, 이후엔 0.421(32승 4무 44패)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시즌 키움의 승률이 0.403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전략 실패를 수습한 것에 가깝다.
이에 이번 시즌 성적 부진의 책임은 ‘2용타’ 전략을 추진한 인사가 지는 것이 맞았음에도 결국 현장에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해당 전략을 추진한 사람은 허승필 당시 운영팀장으로 알려졌지만, 고형욱 단장 해임 이후 단장으로 선임되며 오히려 영전하게 됐다.
◆약화된 뎁스와 선수 혹사·무리한 훈련도 ‘악재’ 불렀다
그간 키움의 전력은 꾸준히 약화되고 있었다. 2020시즌 종료 후 유격수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진출했고, 이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등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다. 현재 팀을 이끄는 송성문도 내년 MLB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은 대다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했다. 2023년 FA에선 한현희가 롯데 자이언츠로, 2024년 FA에선 임창민이 삼성 라이온즈로 옮겼다. 이지영은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SSG 랜더스로 이적했다. 다년계약 체결 선수를 제외하면, FA를 신청한 선수 중에선 투수 정찬헌만 키움에 남았다.
FA 계약에 대한 비용이 클 것으로 판단한 선수들은 트레이드를 통해 타 구단으로 이적시키기도 했다. 선발투수 최원태(삼성 라이온즈)는 2023년 선발 당일에 LG 트윈스로의 이적이 결정됐고, 마무리 투수 조상우는 2025시즌 시작 전 기아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다.
특히 2022년부터는 선수 간 트레이드보다 지명권만 받거나, 선수 또는 현금을 받는 트레이드만 진행됐다. 지난해 진행된 트레이드는 선수 없이 지명권과 현금만 받는 형태로 진행되기도 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키움에서 이적한 선수는 총 7명이다. 키움은 트레이드를 통해 1라운드 3장, 2라운드 2장, 3라운드 3장, 4라운드 1장까지 총 9장의 지명권을 챙겼다.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도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선수 유출뿐 아니라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설종진 대행 취임 이후, 마무리 투수 주승우는 ‘집단 마무리 체제’가 선언됐던 7월 29일부터 8월 10일까지 12경기 동안 7일 등판해 7.2이닝 158구를 던졌다. 무리한 등판 끝에 주승우는 우측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됐다.
2군 훈련 중에도 사고가 터졌다. 키움의 ‘국내 1선발’ 안우진이 자체 청백전 이후 오윤 고양 히어로즈 감독대행의 지시로 진행한 외야 펑고 훈련 과정에서 넘어지며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결국 인대가 손상되며 수술을 진행했고, 다음 시즌 합류가 점쳐졌던 상황에서 또다시 재활 과정을 거치며 복귀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이밖에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열악한 2군 훈련 시설 등이 드러났고, 결국 이를 지켜보던 팬들은 지난달 고척스카이돔과 KBO, 키움증권 본사 앞 등에 구단의 정상화를 요청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2026시즌 ‘대권 도전’ 천명…‘포스트 메이저리거’ 배출할 능력 있는 사령탑 세워야
허승필 단장은 신임 감독 선임 기준으로 ‘구단의 철학과 운영방침을 이해하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을 언급했다.
다만 현재 키움의 철학과 운영방침은 모호해진 것이 오래다. 과거엔 팀을 이끌 주축 ‘영웅’들이 꾸준하게 등장했지만, 이들은 이제 세계 무대에 진출했거나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FA 권리를 행사하기 이전인 선수들은 물론 서비스타임이 충분히 남았던 유망주도 지명권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타 구단으로 이적시켰다.
현재 키움은 ‘유망주를 육성해 타 구단에 이적시키고, 받아온 지명권을 통해 또 다른 유망주를 뽑는’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충원하며 납득 가능한 선에서 진행했다면 이는 ‘리빌딩’으로 평가받지만, 지명권 수집을 목표로 선수를 보내는 상황이 반복되니 외부에서 바라보는 키움의 현재 방침과 철학은 ‘가성비’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육성이 눈에 띄게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 퓨처스리그 등수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하지만, 고양 히어로즈는 설종진 대행이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기 중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북부리그 순위 최하위를 달성했다.
허승필 단장은 “전임 감독 때에는 주루 플레이 작전 시도를 자제하는 편이었는데 설 대행이 오시고 나서 적극적으로 작전을 펼치면서 타격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며 도루 등 주루 플레이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고양 히어로즈의 도루 시도 횟수는 2023시즌 54회, 지난 시즌 32회에 불과했다. 2023시즌과 지난 시즌 모두 도루 시도 1위를 기록한 두산과는 각각 84회, 151회의 차이를 기록했다. 도루 성공은 각각 46회와 24회로, 성공률은 낮지 않지만 도루 시도 자체가 거의 없던 팀인 것이다.
대권 도전과 선수 육성을 위해서는 구단 운영 전략을 수정할 때가 됐다. 지금의 키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젊은 선수를 키운다’는 구단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사령탑과 구단 투자다.
샐러리캡 하한선 제도가 신설된 만큼 선수 육성과 영입에 투자하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면 키움이 다시 가을야구 경쟁에 합류할 시점이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