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도시은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상 첫 공모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4배가 넘는 주문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공사의 정책적 위상과 정부 지원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 모집액 3000억에 1조2900억 주문 몰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UG는 전날 총 3000억원을 목표로 진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조290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트랜치(만기)별로는 2년물 1000억원 모집에 5700억원, 3년물 2000억원 모집에 7200억원이 몰렸다.
HUG는 2년물은 동일 만기 국고채 수익률에 20bp(1bp=0.01%p)를, 3년물은 21bp를 각각 가산해 발행금리를 산정했다. 발행일은 오는 10월 1일이며, 발행액은 5000억원으로 결정했다. 조달자금은 보증사고에 따른 대위변제 및 미분양 안심 환매사업 매입 자금에 활용될 예정이다.
◆ 흥행 배경은 ‘정책적 위상·정부와의 연계성’
이번 수요예측이 흥행한 배경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정책적 위상과 정부와의 통합도가 꼽힌다.
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담기관으로, 주택도시보증기금을 통한 임대·분양주택 건설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정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25년 6월말 기준 국토교통부가 공사의 지분 중 89.2%를 보유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법’ 제19조에 따라 정부가 공사 자본금의 50% 이상을 출자하도록 규정돼 있어 대주주 지위가 법으로 보장된다. 또한 정부의 손실 보전 조항까지 마련돼 있어 정부의 지원 가능성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향후에도 분양·전세보증 등의 부문에서 공사의 핵심적 역할이 지속될 것”이라며 “주거복지 및 도시금융 측면에서 공사의 정책적·사업적 위상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 보증사고 부담은 ‘여전한 과제’
다만 보증사고 증가로 인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주택분양보증 관련 사고 증가로 대위변제액은 ▲2021년 6035억원 ▲2022년 1조581억원 ▲2023년 4조9228억원 ▲2024년 6조940억원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이로 인해 보증영업수지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4조2000억원, 2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보증비용이 크게 감소하며 보증수지가 개선됐으나, 주택가격 하락과 역전세난 심화로 재무 부담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25년 6월말 보증배수(비담보부보증잔액/전년말 자기자본)는 72.1배로 전년말 54.5배 대비 크게 상승했다.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으로 담보부보증제외 보증한도는 2021년에 전년말 자기자본의 50배에서 60배로 늘었고 2023년에는 70배로 확대됐으며, 2027년 3월까지는 90배까지 한시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출자 등 자본확충으로 안정적인 자본적정성은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안정적인 보증배수 관리를 위해 꾸준히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21년 현금 3900억원, 2023년 12월 3839억원, 2024년에는 국토교통부의 현물출자(한국도로공사주식 4조원) 및 유상증자 70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 7000억원 등 자본을 확충해 2024년 말 자기자본비율은 76.2%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서도 7월 5650억원(현물), 9월 4000억원(현금)의 유상증자가 진행됐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손실보전조항에 따라 필요 시 정부출자가 지속되고 있어 보증배수 한도 규제 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며 “본격적인 채권회수 절차 진행으로 손실규모폭도 일부 상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 지원가능성을 감안할때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