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합계출산율 최고 수준인 세종시가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출생아 수와 영유아 수 모두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종시 국정감사에서 “합계출산율은 높다고 하지만 아이 울음소리가 줄고 있다”며 “수치로 포장된 젊은 도시가 아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정주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세종시의 출생아 수는 2020년 3468명에서 2024년 2895명으로 5년 새 16.5% 감소했다. 0~6세 영유아 수도 2만90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었다. 특히 2025년 8월 기준 전출 인구(4414명)가 전입 인구(4130명)를 초과해 284명 순유출을 기록, 총인구가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의료 인프라 공백은 세종시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분만 가능한 병원은 7곳(전국의 1.3%)에 불과하며, 민간 산후조리원은 6곳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은 단 한 곳도 없다. 응급의료기관 역시 지역응급센터 1개, 지역응급의료기관 1개뿐이며 권역응급의료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특히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휴일에도 소아 환자가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응급의료와 일반진료의 중간 단계 역할을 한다.
전국 달빛어린이병원은 2020년 17개소에서 2025년 9월 기준 128개소로 7.5배 확대됐다. 서울은 4곳에서 15곳, 경기는 2곳에서 37곳, 대전은 1곳에서 6곳으로 늘었지만, 세종시는 2024년 첫 1개소 지정 이후 추가 확충이 전혀 없다. 현재 세종의 달빛어린이병원은 병상 29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5명만 운영 중이다.
이상식 의원은 “젊은 도시라면서 밤에 아이를 볼 병원이 단 한 곳뿐인 현실은 심각하다”며 “전국적으로 100곳 넘게 늘어난 달빛어린이병원이 세종에는 왜 1곳뿐인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봄시설 상황도 열악하다. 지역아동센터는 13개, 다함께돌봄센터는 10개에 불과하다. 내년에 추가될 시설은 단 2개다.
이 의원은 “현재의 돌봄 체계로 아이를 키우는 도시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젊은 세대를 유입시키겠다는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세종이 진정 젊은 도시로 남으려면, 보여주기식 출산율 수치보다 시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의료·돌봄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다”며 “출산율 성과로 도시 이미지를 포장할 게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 정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