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2.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0.25%p 인하 후 3연속 동결이다.
이번 동결의 주요 배경은 집값이다. 일반적인 국민의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로 집값이 상승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시장을 자극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한 것도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이 됐다.
시장의 관심은 인하 시점에 쏠린다.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다음 달 27일 열릴 올해 마지막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지, 해를 넘길지는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연속 동결…주택시장 관련 금융안정 리스크 확대 영향
23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올해 상반기 중 2월과 5월 각각 0.25%p씩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서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국내 경기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향후 성장 경로에도 상·하반 요인이 모두 잠재해 있어 여러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좀 더 점검한 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들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의 경우 단기간 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만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물가는 수요 압력이 크지 않고, 국제유가도 안정돼 있어 그간의 안정적인 흐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신성환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주택시장과 관련한 금융안정 상황이 우려되지만, GDP(국내총생산)갭률이 상당폭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가급적 빨리 금리를 인하하고,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향후 금리 결정을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3개월 뒤 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나머지 2명은 현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금융안정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번 통화정책방향과 비교해 인하 가능성과 동결 가능성을 제시하신 위원 수가 5 대 1에서 4 대 2로 변했는데,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겠지만, 지난 8월에 비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 분이 인하에서 동결 가능성 쪽으로 움직이신 결과”라면서 “금융안정에 좀 더 포커스를 줬기 때문에 인하 기조는 계속되겠찌만, 인하의 폭과 시기가 좀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지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 경제 성장률 갉아먹어…구조개혁 필요”
실제로 크게 상승한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일괄적으로 6억원으로 제한하고, 금융권 전체의 하반기 공급 예정인 가계대출 총량을 계획 대비 50% 축소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6.27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호를 공급하고, 규제지역 내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를 50%에서 40%로 강화하는 내용의 ‘9.7 대책’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54% 상승하며 ‘9.7 대책’ 발표 이후 5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주담대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더 낮춘 ‘10.15 대책’ 발표 이후에는 상승폭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20일 기준 전주 대비 0.5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총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금융안정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잠재성장률보다 상당히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동결을 한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인하했을 경우 투자 비용이 줄어들어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가속화시킬 위험이 있고, 인하 사이클에 있지만, 속도와 폭을 천천히 가져가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새로운 정책 때문에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은 많이 사라진 상태인데, 부동산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 봐야 하는, 종합적으로 봐야 할 문제가 있다”며 “내려야만 안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되고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금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 성장률이라든지,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쪽으로 간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마치 자산 가격처럼 인식되고, 불평등도를 높이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라든지,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면서 “부동산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불평등도를 너무 심하게 하고, 전세, 월세 문제도 있다. 주택을 마치 투자 대상으로 봐서 그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구조개혁 등은 계속해야 한다”며 “월세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세제 혜택을 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정책도 조화하면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2달 사이에 안 잡힌다 하더라도 모든 부동산에 대한 정책 방향이 일관성 있게 유지돼 좀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아 한다”고 덧붙였다.
◆美 관세협상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상승도 동결 배경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져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점도 이번 동결 결정 배경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한때 1441.4원까지 올랐다. 또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주간 종가 기준 1431.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의 1430원대 기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달러 인덱스 움직이는 것을 보면 관세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환율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했다.불확실성이 좋은 방향으로 사라지면 내려갈 것 같다”며 “반대로 투자협정에 3500억달러 얘기하는 것을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어떻게 투자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되면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인하는 언제?…이창용 “11월, 변수 많아 불확실성 너무 커”
이번 동결 결정으로 올해 마지막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에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이번 동결 결정의 주요 배경인 부동산 안정의 경우 지난 15일 발표된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기에 한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관세협상이 어떻게 될지도 미지수다.
이 총재는 “11월에는 굉장히 많은 변수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관세협상이 어떻게 되느냐도 보는데, 미·중 관세협상이 어떻게 되느냐도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영향을 미칠 것이고, 미·중간 갈등이 겹치면 반도체 사이클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11월에는 저희가 경기 전망을 하는 달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여전히 엇갈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등 금융안정에 대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성장 하방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금통위가 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관련해서 이 총재는 “‘아웃풋 갭’이라고 해서, 과거 성장률이 굉장히 낮았다면 지금 빨라지지만, 과거에 성장을 못 했기 때문에 실제로 성장해야 될 기준을 보면 상당히 밑에 있다”며 “지금도 아웃풋 갭이 크게 네거티브라고 그러는데, 이것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한동안 좀 높아야 한다”고 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마이너스 GDP갭 국면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 존재한다. 금리 인하 국면을 지지한다. 다만, 금융안정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기에 금리 인하를 하지 못한 것”이라며 “1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 10월 하반월부터 11월 상반월까지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마이너스 아웃풋 갭이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듯 여전히 성장 측면에서는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면서 “부동산을 이유로 한국은행은 4개월깨 기준금리를 유지 중이고, 11월이면 5개월째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시차도 존재한다고 판단한다. 다음 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명분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또 다른 일부는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둔화 방어를 위한 인하 시급성이 낮아진 데다 11월 관세, 대미 투자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고, 부동산 가격 진정이 단기간 내에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11월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보여진다”며 “다음 인하는 내년 1분기 중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는 ‘금리 인하 기대는 여전히 유지하되 그 속도 조절 필요성을 높인’ 회의이며, 이를 고려하면 4분기 중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완전히 매파적이지도 않으나 3개월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줄어들었다는 점과 10.15 부동산 정책을 확인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1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 2026년 1분기 중으로 금리 인하 시기는 지연될 것”으로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