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정겨울 기자 | 지난 18일, 거제시 옥포항 일대에서는 ‘제9회 옥포항 국제문화축제(with 오션하모니)’가 열렸다.
이날 축제에서는 수백명의 거제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초대가수 공연과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그러나 이 축제는 불과 하루 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6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구조물에 부딪혀 숨진 사고가 발생한 직후 열린 행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축제가 강행된 당시에도 거제 지역에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축제를 열었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숨진 60대 노동자는 누군가에게는 직장에서 일하던 동료이자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이며 가장이고 남편으로서 슬픔 속에 장례가 치러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취재에 들어갔을 때 한화오션 관계자는 “사고 직후 회사는 모든 자체행사를 전면 취소했다”며 “다만 옥포항 축제는 지역 추진위원회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초대가수 섭외가 완료돼 취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옥포항 국제문화축제는 옥포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자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한 행사로, 시는 예산만 지원했을 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행사 취소나 일정 변경 권한은 주민자치회에 있다”고 말했다.
옥포1동 관계자는 “옥포항 국제문화축제는 동 단위 주민자치행사로, 한화오션 행사와는 별개이며 하루 전날 발생한 사고를 이유로 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옥포항국제문화축제 추진위 관계자는 “행사는 이미 끝났고, 추진위원회도 해산됐다. 어떤 내용이든 답변할 게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사고의 여파를 감안하지 않은 채 축제를 강행한 데 이어, 행사 주체의 뚜렷한 해명조차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국 시와 기업, 주민자치회 모두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돌린 채, 화려한 축제의 시간은 가고 남은 이들에게는 상처를 안겼다.
누가 이 축제를 멈출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아무도 멈출 수 없었는지에 대한 물음이 거제시를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