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철강업계가 비우호적 업황 속 ‘활로 찾기’에 나섰다. 각사는 수익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환경과 여건에 맞는 비전을 공유했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각사별 실적 발표와 더불어 판매 전략과 비전을 밝혔다. 포스코는 경쟁력있는 부문을 투자하고 발굴하는 동시에 환경 설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판매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신제품 발굴과 양산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국제강그룹은 전방산업 시장 환경 변화에 발맞춰 수익성 중심 판매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포스코, 경쟁력있는 부문 투자 및 발굴…환경 투자 최우선
포스코는 지난달 27일 진행한 포스코홀딩스가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설비 투자 방향과 판매 방향, 탄소 저감 등과 관련한 계획을 설명했다.
내수에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는 과감하게 셧다운을 추진하고, 이에 상응해 성장하는 부문은 투자하고 발굴해 국내 고객사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밝혔다. 홍윤식 마케팅전략실장은 “최근 몇 년간 후판1공장, 선재1공장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는 계속 셧다운을 해 왔고, 대신 전기강판이나 내년 가동 예정인 전기로 등 성장 투자는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는 성장 시장인 인도나 미국 등에서 기회를 계속 모색하며 사업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우선순위는 수소 원안 제철 등 환경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는 포스코의 탈탄소 로드맵에 따라 최우선 순위로 설정됐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증설의 경우 철강 부문 성장 전략이 ‘성장 지역 중심 상공정 기반 해외 진출’인 만큼 인도 JSW그룹 합작공장, 미국 현대차 합작공장,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PTKP) 확장, 호주 와일라 제철소 인수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투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중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호주 순으로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다.
오는 2026년 시행 예정인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해선 “인증서 비용이 발생했지만 간소화 법안이 확정되며 인증서 예치 의무가 오는 2027년으로 연기됐고, 예치 기준도 축소되며 수입자 부담이 우려했던 것보단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증서 구매 부담이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 시범 인증서 가격을 결정하는 배출량 계산 방식 등에 대한 주요 이행령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시장 내 불확실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혁 무역통상실장은 “현재 EU 국내 배출권거래(ETS) 방식과 이미 확인된 정보들을 근거로 추정한 시범 대응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고객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시범에 불합리한 요소를 개선하고 당사의 탄소 저감 노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EU 집행위원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글로벌 판매 역량 강화 및 사업 경쟁력 제고…신제품 발굴 및 양산도
현대제철은 글로벌 판매 역량 강화와 주요 기업 협력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3분기에 인도 푸네 완성차 클러스터 내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준공하고 상업 생산을 개시, 인도 서북부 그룹사·완성차 생산 클러스터 내에 신규 생산·판매거점을 확보했다. 생산능력(CAPA)은 연간 25만톤으로 전망되며, 현대자동차 인도공장(HMI 푸네)와 글로벌 OEM사 자동차강판 판매 역시 확대 중에 있다.
호주 건설시장 판매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현대제철은 호주철강협회 지속가능성 인증(SSA) 기반으로 현지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한국 철강사 중 최초로 국내 전 사업장이 해당 인증을 취득, 호주 친환경 건물 인증제도인 ‘그린스타’ 가점 요건을 충족했다.
주요 기업과 협력해 사업 경쟁력도 끌어올릴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자회사 AWS와 협력해 디지털전환을 이루고, 저탄소 철강재 판매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 사업장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도입해 생산 관리와 데이터분석 시스템을 AWS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저탄소 인증 철강재를 AWS 글로벌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에 공급하고 글로벌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공동 연구협약을 체결해 탈탄소 가속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아시아 최초로 산업계 주도 CCUS 허브를 발굴하고 사업화 추진 프로젝트를 구상, 글로벌 주요 철강·에너지·자원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다. 이러한 협업을 토대로 탄소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탄소중립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양산하고,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현대제철은 MS강과 3세대 강판 신제품 양산공급을 추진해 글로벌 완성차 수요 확대에 대응해 부품평가 진행 중으로, 사이드실과 범퍼빔 등 적용 부품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차강판 수익성을 개선할 전망이다.
차세대 모빌리티용 냉연 초고장력강도 개발했다. 자율주행·일반 차량용 냉연 석출경화형 초고장력강을 개발, 자율주행 구조용 고장력강 고객사 테스트용 소재를 공급하고 인증 추진 중에 있다. 일반 차량 시트레일용 초고장력강도 개발을 완료해 오는 2026년 초도 공급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을 통해 성장산업에 대한 수요도 확보할 예정이다. 최근 신규 먹거리로 떠오른 ‘모듈러 주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닥충격음 저감기술, H형강 구조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H형강 기반 합성기둥 ‘HC 컬럼’도 개발하고 있다. 도심지 건물 지상층과 지하층을 동시에 시공하는 탑다운공법이 활성화되는 추세에 따라, H형강을 활용한 역타기둥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HC 컬럼은 구조 안정성과 내진성능 검증이 완료됐고, 원가 절감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그룹, 시장 환경 변화 따른 수익성 중심 판매 포트폴리오 구축
동국제강그룹은 전방산업 시장 환경에 따른 수익성 위주 판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건설업과 조선업, 동국씨엠은 가전업과 건설업에 주요 고객사를 두고 있는 만큼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고 있다.
동국제강 봉형강 부문은 수출 인증을 취득하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등 판매활동을 강화하며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설업계 부진과 수요 감소에 따라 봉형강 제품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동국제강은 봉형강 마케팅과 판매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공장의 경우 수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인증을 취득하고 있다. 코일철근에 대해 싱가포르 친환경 인증(SGBP) ‘리더’ 등급을 취득해 친환경 프로젝트 참여가 가능하다. 또한 태국 인증(TIS) H형강 인증범위를 H700×300 포함 신규 7개 사이즈로 확대했다.
‘스틸샵’ 판매 품목도 확대했다. 동국제강 미생산 품목 각관 판매로 판매 플랫폼을 확대하며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철강 온라인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스틸샵은 최근 오픈 4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후판 부문은 내부 경쟁력을 강화해 영업지원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후판은 중국산 반덤핑(AD) 관세 등 영향으로 2분기 제품 가격 상승 후 가격이 유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국제강은 제품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Bottle-Neck’ 공정 개선을 통해 공정 효율을 향상시켰고, 회수율 개선 TFT 운영 등 손실 관리로 회수율을 개선하는 등 공정별 최적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KS 교량구조용 강재 규격개정에 대응해 KS 규격 개정 시 옵션 규정을 명확화하는 것을 추진했으며, 초극박물 압연기술 개발도 완료해 국내 국방과 크루즈선 수요에 대응한다.
이에 더해 클래드 강판 ‘DKLAD’ 수주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후물 광폭 클래드 개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납기·가격 경쟁력을 확보를 통해 수주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동국씨엠은 내수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대미 철강 관세가 확대되며 전 분기 대비 판매량과 생산량이 감소된 가운데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달러 강세 지속에 따라 수출 비중을 58%선으로 유지하고 있고, 컬러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 약화를 방어하고 있다.
또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휴머나이즈 월’ 후원과 협업을 통해 럭스틸 브랜드를 강화하고, 정체성을 실현하며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