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김성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미국 외 수출 불가를 공표하며 한국에 불어오던 훈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최첨단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표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총 26만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당사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에 공급함으로써 한국이 아시아의 AI 허브로 도약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26만장의 GPU는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 등 총 5곳이 나누어 공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차그룹이 각각 5만장, 네이버 클라우드가 6만장을 공급받는다. 정부는 소버린 클라우드 구축용으로 최대 5만장을 확보한다.
삼성전자는 공급받은 블랙웰 5만장을 이용해 반도체제조 효율과 수율을 높이는 AI 기반 제조·설계 최적화 시스템을 개발한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GPU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공장 자동화, AI 에이전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진행된 ‘SK AI 서밋(Summit)’에서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협력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정을 AI를 통해 완전 자유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성능 개선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의 실현을 위해 엔비디아의 GPU와 디지털 트윈 설루션을 활용한 가상 공장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추후 공급받을 블랙웰 칩을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 등에 이용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 30일 개최된 엔비디아의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GGF)’에서 깐부회동을 마친 젠슨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엔비디아와 한국의 끈끈한 관계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더해 GPU 공급이 발표되며 그 수혜에 대한 기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초로 각각 11만원과 60만원을 돌파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방영된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첨단은 미국 말고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막 나온 새 블랙웰은 다른 사람(국가)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이에 대해 이날 오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약속한 GPU 공급과 관련해 약속한 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다음 날 아랍에미리트(UAE)에 엔비디아 칩 수출을 위해 선적까지 한 케이스가 있다”며 “공급에 대한 우려를 100% 이해하지만 민간에서 약속한 대로 진행될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이 정해져야 우리도 대응할 수 있다”며 “최근 APEC에서도 GPU를 공급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될 거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