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지난 9월 예금자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확대됐음에도, 저축은행권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권 전반이 고금리 수신 경쟁보다는 체질 개선과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면서 구조조정과 M&A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12개월 만기 전국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2.67%로, 9월 초(2.99%) 대비 0.32%p 하락했다. 3년 만기 예금 또한 이달 2.40%까지 하락했다. 현재 저축은행 예금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는 연 2.9% 수준에 그친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의 금리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연 2.65~2.75%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은 최근 ‘e-그린세이브예금’ 1년 만기 최고 금리를 기존 연 2.85%에서 3.0%로 인상하기도 했다. 저축은행권의 최고 금리가 연 2.9%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경쟁력 면에서 저축은행이 더 이상 시중은행보다 우위에 있지 않은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금리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는 복합적이다.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기업대출 확대가 쉽지 않은 데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신규 여신 공급도 제한된 상황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공격적인 수신 확대보다는 기존 자산의 건전성 관리와 운용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영업을 통한 몸집 불리기보다는 내실경영, 지표 관리에 신경을 쓰다 보니 공격적으로 조달에 나설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평균 금리가 시중은행과 많이 비교되고 있는데, 해당 수치는 평균일 뿐 실제로 저축은행 절반 가량이 아직 2.8~2.9%대를 유지하고 있어 수신 경쟁력을 갖춘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에 관해서는 ”연말 만기 수요 등을 노려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며 ”저축은행은 수신과 여신을 균형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건전성을 잡은 다음 규모를 키워나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M&A를 통한 저축은행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KBI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EQT파트너스도 보유 중인 애큐온캐피탈 지분(96%) 매각을 위한 원매자 찾기에 나섰다. 애큐온저축은행은 국내 5위 저축은행으로, 이번 매각 예상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SBI저축은행 거래(9000억원)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며, 상상인저축은행 거래(약 1100억원)와 비교하면 약 10배 규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자본력 있고 경쟁 있는 기업 또는 비은행 지주 등이 저축은행산업에 들어와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산업발전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런 M&A 현상들이 잠재적 매수자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라는 단기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권은 수신 경쟁력보다 체질 개선과 안정적 성장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저축은행이 과거 고금리 경쟁으로 인한 부실을 반복하지 않고, 장기적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