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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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신용대출이 늘면서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전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6.27 대책’ 효과가 나타나는 듯 했지만,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난 때문이다.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목표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빚투’는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크고, 주담대를 누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질이 안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당국은 큰 문제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14일 금융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10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10월 증가폭(6조5000억원)보다는 축소되기는 했지만, 9월 증가폭 1조1000억원 대비로는 네 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10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된 것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증가 전환했기 때문이다. 기타대출은 지난 9월 2조4000억원 감소했는데, 10월에는 1조6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이는 같은 기간 1조6000억원 줄었던 신용대출이 9000억원 증가로 돌아선 영향이다. 주담대 증가폭은 9월 3조5000억원에서 10월 3조2000억원으로 소폭 축소됐다.

줄었던 신용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빚투’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코스피가 지난 3일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했을 정도로 주식시장은 활황이다. 특히, 지난 6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7조원 넘게 순매도했는데, 개인투자자들이 그와 비슷한 수준의 순매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주식시장에는 ‘빚투’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 3조5000억원 중 은행 자체 주담대와 정책성 대출 증가폭은 각각 1조1000억원, 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줄었지만, 기타대출은 5000억원 감소에서 1조4000억원 증가를 기록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2021년 7월(3조6000억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관련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 일주일 만에 1조1807억원 늘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1조659억원, 일반 신용대출은 1148억원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경우는 9월 8000억원 감소에서 10월 1조3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상호금융권은 같은 기간 1조원 증가에서 1조1000억원 증가로 폭을 키웠고, 여신전문금융사의 경우 1조1000억원 감소에서 2000억원 증가로 대출이 불어났다.

이같은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주담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총량 관리 범위 내에서 잘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을 뿐 ‘빚투’로 인한 신용대출 증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전체적으로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량목표 범위 내에서 원활히 관리되고 있으나 10.15 대책 이전 주택거래량 증가에 따라 연말 주담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통상 11월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시기인 만큼 향후 가계부채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빚투’의 영향을 애써 축소하는 모습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식시장 활황과 관련한 ‘빚투’ 증가 우려에 대해 “빚투를 그동안은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출 총량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가계부채의 구조적 위험으로 번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0월 가계대출이 다소 증가했지만, 주담대는 6월 4조원에서 10월 1조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고, 신용대출도 9월 마이너스에서 10월 1조원 증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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