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HD현대가 연일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엔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인도·페루 조선소와는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태국과 미국은 HD현대의 ‘다음 목표’로, 각각 차기 호위함 수주와 협력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18일 HD현대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계열사는 최근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사우디·미국 등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영향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블루오션’ 인도 시장 영향력 확장…필리핀·페루 등 글로벌 영향력 확대
HD현대는 최근 인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인도 최대 국영조선소인 코친조선소(CSL)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인도와의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인도 해군 상륙함(LPD)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협력 MOU’를 신규 체결했다. 이는 인도 해군이 추진하는 상륙함 사업을 공동 수행하기 위한 협력으로, HD현대는 이를 인도 특수선 시장 진출 기반으로 보고 있다.
지난 13일엔 정기선 회장이 하딥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과 상호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인도 조선업 역량 향상과 선대 확대, 기술 발전을 위한 세부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러한 협업은 필리핀, 페루 등 다양한 국가의 해군함정 건조와 기술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HD현대는 HD현대필리핀을 활용해 한·미·필리핀 3국 간 경제·안보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필리핀으로부터 수주한 초계함 1번함 미겔 말바르함을 지난 3월 조기 인도한 바 있다.
지난 3일엔 페루 국영 시마 조선소와 ‘페루 잠수함 공동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와 ‘잠수함 공동 개발을 통한 페루 산업 발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진출 지역, 조선업 관심…국방력 강화·산업 발전 목표 협조
인도 시장은 현재 함정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세계지도와 지역 통계 제공 사이트 월드아틀라스에 따르면, 인도의 군사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에 이은 2위다. 현역 군인은 약 148만명에 달한다.
이에 반해 상륙함 분야 전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축에 속한다. 인도 해군이 보유한 상륙함 대다수는 약 20년 동안 운용돼 노후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향후 15년간 군 기술·전력 발전 방향을 제시한 ‘TPCR 2025’를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군력 강화를 위한 차세대 구축함과 상륙함, 핵추진체계 등 주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현재 중대형 상선과 특수선 시장으로의 진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조선산업을 국가 해양 경제 발전 전략 핵심 분야로 삼아 중장기 로드맵을 설계하고, 체계적인 육성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자립형 조선산업체계를 구축하고, 10만톤급 이상 선박에 대해 자국 내 건조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연간 약 300만톤 규모 조선 생산능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40년까지 선박 설계·기자재 국산화율 30~40%. 글로벌 시장 점유율 1% 달성이 목표다. 2050년엔 국산화율 50% 이상을 달성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2%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필리핀은 HD현대가 처음으로 거점을 마련한 국가 중 하나로, 현재 상선을 건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해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진행한 바 있는 만큼,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정부가 경제 다각화를 위해 추진하는 국가 전략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킹살만 조선해양산업단지 안에 중동 지역 최대 규모로 합작조선소(IMI)를 건조 중에 있으며, 해군 현대화 사업으로 호위함 5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의 경우 페루가 주요 거점이 될 전망이다. 중남미 함정 시장은 오는 2030년 34억1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가운데 페루 해군은 노후 함정 교체를 위해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의 손을 잡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월 페루에서 함정 4척을 수주하며 중남미 시장으로 본격 진출했고, 같은 해 11월 시마조선소와 페루 해군 맞춤형 잠수함 개발과 현지화·산업 협력을 이끌었다.
◆다음 수주 목표 ‘태국 해군 차기 호위함’…美 마스가 협력도
다음 목표는 태국 시장이다. HD현대는 태국 국제 방산전시회 ‘디펜스 앤 시큐리티’에 참가해 수출형 호위함을 전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전시를 통해 내년으로 예정된 태국 해군 차기 호위함 사업을 겨냥, 3000톤급 수출용 최신 호위함 ▲HDF-3200 ▲HDF-3600 ▲HDF-4000 3종을 선보였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미국과도 손을 잡았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함정 분야,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상선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현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미국 미시간대학교, MIT 등 주요 대학들과 조선 인재 양성 사업도 공동 추진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특수선 부문에선 태국 차기 호위함 수주를 다음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과는 협력을 위해 협약을 체결한 상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