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HDC가 회사채 시장에 4년만에 복귀한다. 2021년 미매각 위기를 피한 후 개선된 재무안정성과 재무적 융통성을 기반으로 시장에 돌아왔다. 다만 지난주 이후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는 이날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트랜치(만기)별로는 2년물 300억원, 3년물 200억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신용평가등급은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3사에서 A등급으로 책정했다. 대표주관사로는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KB증권 3개사가 참여한다.
희망금리밴드로는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 ±50bp(1bp=0.01%p)를 제시했다. 2년물의 산술평균은 3.733%, 3년물의 산술평균은 4.019%인 만큼 금리밴드는 2년물 3.233%~4.233%, 3년물 3.519%~4.519% 사이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이번에 모집하는 회사채의 일부는 채무상환자금으로, 나머지 금액은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149-1회차 모집액 300억원 중 200억원이 채무상환자금에 활용될 예정이다.
상환 예정 채무는 2021년 차입했던 148-2회차 회사채 200억원으로, 오는 2026년 7월 만기 예정이다. 그 외 운영자금은 임대자산 관리비와 매입채무 상환 등 지주사 자체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며, 2026년 이내에 집행될 예정이다.
HDC는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실제 활용일 전까지 은행예금, MMT 등 안정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통해 운용할 예정이다. 또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4년만의 회사채 시장 복귀…얼어붙은 시장 ‘변수’에도 계열사 성공 ‘자신감’
HDC는 이번 공모를 통해 회사채 시장에 4년만에 복귀했다. 직전 회사채(148회차) 공모는 3년물 600억원, 5년물 200억원으로 총 8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 3년물엔 800억원, 5년물엔 22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이에 HDC는 3년물을 7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2021년 회사채 발행 당시엔 신용등급이 A+였지만, 2022년 1월 발생했던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 사고 여파로 신용등급이 A로 조정됐다. 이후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았지만, 채무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시장에 재진입했다.
최근 3개월간 동일 등급, 동일 만기 회사채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둔 것은 긍정적 요소다. 지난 9월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 하이트진로홀딩스, 대한항공 3년물은 각각 목표액의 4.4배, 15.6배, 9.1배 이상의 자금이 모집됐다. 지난 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에이치엘홀딩스의 경우 2년물 11.7배, 3년물 13.6배 이상의 자금을 모집하며 기대감을 올리고 있었다.
다만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됐고, 지난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냉랭해진 분위기다. 당시 이창용 총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통화 정책 경로는 인하 사이클”이며 “그러나 금리 인하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도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HDC는 계열사의 성공적 공모를 기반으로 수요예측 진행을 결정했다. HDC 관계자는 “시장 흐름과 다르게 통영에코파워나 HDC현대산업개발 회사채 발행은 성공적이었다”며 “계열사들의 성과에 힘입어 지주사 역시 견조한 실적이 이어져 이번 회사채 발행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헀다.
◆재무안정성 및 재무적 융통성 우수…사실상 무차입 상태
신용평가사들은 HDC의 재무안정성과 재무적 융통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HDC는 지난 9월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5.0%, 순차입금은 1562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상태라는 평가다.
핵심 자회사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약 4조90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달성했고, 같은 기간 수주잔고는 31조3000억원으로 사업기반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누적 분양률은 97.3%로, 올해 총 1만2454세대 분양을 목표하고 있다.
현금흐름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서울원아이파크 잔여부지 매입에도 분양불 사업장 자금회수 등을 통해 3144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했고, 올해도 입주 잔금과 분양선수금이 유입됐다.
또한 건설사업은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강하지만, 그 외 자회사들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다. HDC는 건설 유관 사업으로 디벨로퍼(HDC아이앤콘스), 부동산 자산관리·스마트홈&빌딩 제품(HDC랩스) 등을 영위하고 있다. LNG 복합화력발전 법인 통영에코파워는 지난해 10월 상업운전을 개시했고, HDC현대EP 등 플라스틱 소재 등 유화부문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도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HDC아이파크몰 등 유통부문도 매출과 수익성이 안정화되는 추세라는 평가다.
선지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며, 통영에코파워도 향후 영업창출현금을 통해 점진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부채비율을 포함한 제반 재무지표를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월 말 기준 별도기준 부의 순차입금 하에 부채비율 15.0%, 차입금의존도 0.9%로 실질적인 재무부담을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자회사 및 보유 자산 기반의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지주사 차원 재무구조가 우수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