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장. 사진=김미소 기자
조한규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장. 사진=김미소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규모 1위의 BIDV와 협업해 현지 기업 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공동 참여 등 다양한 영업 기회를 획득하고 있다.

24일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에 따르면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심이자 아세안 금융 허브로, 한국의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 국가다.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은 1999년 외환은행 시절 지점 인가를 받아 개설된 이후 26년간 안정적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대체로 현지 법인이 아닌 지점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해 한국계 기업을 주로 상대해왔지만, 최근 한국 기업의 진출 둔화에 대응해 현지은행 지분 투자 등으로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은 현재 법인이 아닌 지점 체제를 유지 중이다.

조한규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장은 해당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지점 체제는 법인보다 구조가 간결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손님 우선’ 원칙에 따라 현장 영업의 목소리가 빠르게 본점으로 전달된다”며 “특히, 베트남처럼 제도 변화가 잦은 시장에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대응으로 손님에게 실질적 금융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당행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점 체제는 물리적 채널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나은행은 디지털 채널을 강화해 원격지 거래의 어려움을 보완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조한규 지점장은 부임 이후 베트남 현지 국영기업 및 업종별 우량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대출 취급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역외대출을 포함한 전체 대출자산 중 약 30%가 베트남 로컬 기업을 대상으로 구성돼 있다.

조 지점장은 “앞으로도 베트남 로컬 고객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자 로컬 기업금융전담역(RM)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베트남 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 범위 확대는 물론 에너지·인프라·산업단지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여신 자산도 적극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및 발전 인프라 확대가 선행돼야 반도체 기업들이 본격 진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의 역할도 확대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하노이 지점은 현지화의 일환으로 다양한 협업과 파트너십을 추진해왔다. 우선, 하노이지점은 자체적인 신용카드 발행 업무가 제한돼 있어 롯데카드의 베트남 자회사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과 손잡고 기업고객 대상 제휴 법인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계 기업의 현지 구매 편의성을 높여주며, 하나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9년에는 베트남 1위 국영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에 15% 지분을 투자했다. 조 지점장은 “과거 BIDV 앞 로컬 차주사의 현지 부동산에 대한 담보관리를 의뢰하고 동시에 지급보증서를 수취하는 협업을 통해 당행이 로컬 차주사 앞 대출 취급 시 담보를 강화하는 협업을 해 왔다”며 “추후 공동으로 우량 차주를 발굴하거나 대규모 신디론에 공동주선을 하는 등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는 Win-Win전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의 실적은 역내 대출자산은 2022년 2억달러에서 2024년 2억4000만달러로 23% 성장했으며, 순이익도 같은 기간 2045만달러에서 2148만달러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 FDI 순증 금액 감소와 은행간 치열한 경쟁으로 올해 순이익은 다소 감소(3분기까지 순익 1213만달러) 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저한 여신 사후관리 및 기업 분석으로 부실채권률은 0%다.

현지 시장 이해를 높이기 위한 내부 노력도 병행된다. 하노이 지점의 직원 구성은 주재원 4명, 현지직원 42명으로 현지직원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현지 직원 중 10명이 15년 이상 장기 근속할 정도로 전문성과 충성도가 높다. 지점은 본사의 디지털캠퍼스 온라인 교육, 베트남 중앙은행 교육 프로그램 참여, ‘글로벌모빌리티’ 한국 파견(6개월) 등을 통해 직원 경쟁력과 국제 감각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인재 양성 노력은 현지 금융기관과의 협력 강화 및 우량 프로젝트 수행에도 큰 기반이 되고 있다.

조 지점장은 “직원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베트남어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현지직원과 베트남으로 대화하고 있으며, 현지 직원의 한국어 학습을 지원하고 한국 주재원과 베트남 현지직원의 소통이 더욱 원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로컬 직원에게 단순 업무를 넘어서 실질적 영업을 요구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곧 있을 내년도 사업계획 워크숍에서 로컬 직원들과 역할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 내부. 사진=김미소 기자

하노이 지점은 외환과 국제송금 업무에서도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외환은행 시절부터 이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외환 서비스는 ‘지점의 핵심 강점’으로 꼽힌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점은 전담 자금팀을 운영하며 FX 시장에 직접 참여해 고객 맞춤형 환 헤지(FX Swap, Forward)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노이 지점은 별도의 자금팀을 운영하고 있어 직접 시장에 참여하며 실시간 자금시장 정보를 확보하고 주요 거래업체의 니즈에 따라 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조언이나 거래를 제시하는데, 이런 서비스 역량 덕분에 한국계 기업들의 해외 송금과 외환거래 수요를 원활히 지원하고 있다. 실제 2025년(1~10월) 영업수익 구성에서 기업대출 이자 수익이 87%, 수수료 수익 7%, 외환 환전이익 6%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대출과 외환이 주요 수익원이다.

디지털 금융 인프라 확충도 현지화 전략의 핵심 축이다. 하나은행은 자회사인 GLN인터내셔널과 BIDV 협업을 통해 한·베 QR 결제 연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NAPAS(베트남 QR망) 및 현지 결제앱(ZaloPay 등)과의 연계도 검토하고 있어, 한국계좌 기반의 QR 간편결제 서비스가 내년 중 오픈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가 구축되면 베트남 내 한국인 관광객·기업이 하나원큐 앱이나 현지 QR 앱으로 원화계좌를 이용한 결제·송금이 가능해진다. 현재까지는 베트남 계좌 없이는 QR 간편결제가 불가능하다. 하나글로벌원큐 앱 또한 QR 결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사용 빈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은 2024년 7월 신용기관법 개정을 단행하며 대기업 중심 여신에서 중소·중견기업 지원으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개정은 신용집중 리스크 완화와 시장 안정성 제고를 목표로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지점 단위 외국은행 대부분이 여전히 우량 대기업에 집중된 상태여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은 호치민 지점 및 본사와 협업해 대출 한도를 조정하고 역외대출을 활용하며, 하이퐁·타이빈·하남 등 북부 지역까지 영업 반경을 넓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조 지점장은 “2027년까지 역외대출을 포함해 대출자산 6억달러, 외환거래 15% 성장, 신규 기업고객 30개사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현지화된 RM 조직 운영을 포함한 조직 구조의 효율성을 재점검하고 있으며, 전 직원이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은 외국계 은행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며, 특히 로컬 은행과의 인력 및 가격 경쟁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직원들은 급여 수준과 근속 안정성 등을 고려해 로컬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유능한 인재 확보에도 난관이 따른다”며, “이 같은 인력 관리와 영업 전략 수립은 지점장으로서 늘 고민하는 주제”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대규모 FDI 유입이 2023년을 정점으로 둔화되면서, 과거처럼 벤더 스트림을 따라 대거 진입하던 한국계 기업 투자 흐름이 현재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개별 기업의 스팟성 투자가 이어지고 있으나,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대규모 유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는 설명이다.

조 지점장은 “이처럼 대출 경쟁이 격화되면서 은행 간 출혈성 경쟁과 저수익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계 기업 위주의 영업 타깃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분야로의 진출을 추진 중이며,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 유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신산업 타깃 영업은 하나은행의 IB 역량과 본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타 은행과의 정면 승부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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