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부행장. 사진=김선재 기자
문성혁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부행장. 사진=김선재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국내 은행 중 가장 먼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부문 순이익 성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4대 대형은행 중심의 현지 은행산업 구조와 105개에 이르는 현지 은행들과의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도 리테일 영업과 기업금융 등 영업 각 부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면서 한국계 은행 중 순이익 규모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운영 중인 디지털 은행인 ‘라인뱅크’를 출시해 현지 영업채널 한계를 뛰어넘어 신규 고객 및 계좌 확보에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등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중소기업(SME) 대출 및 리테일 대출 확대 등 대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함께 ‘차세대 뱅킹 시스템(BEST System, IT Rebuild)’의 성공적인 구축, 라인뱅크의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를 통해 연간 순이익 1조루피아, 10위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사진=김선재 기자
사진=김선재 기자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자산 기준 30위권, 핵심자본 기준 20위권의 중형은행으로, KEB외환은행과 구 하나은행의 옛 현지법인이 2014년 통합하면서 출범했다. 현재 총 39개의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11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주재원 12명을 제외하면 모두 현지인이고, 영업인력은 약 600명이다.

KEB외환은행은 1990년 국내 은행 최초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인도네시아 KEB외환은행(PT Bank KEB Indonesia)’를 설립했고, 구 하나은행은 2007년에 현지 은행 ‘비마은행(PT Bank Bima)’을 인수, 2008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PT Bank Hana)’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두 법인의 통합으로 ‘인도네시아 KEB 하나은행’이 출범했고, 2020년 한국의 KEB하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상호명을 변경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법인도 브랜드를 ‘하나은행’으로 통일했다.

구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현지 기업과 개인금융 영업에 강점이 있었고, ‘인도네시아 KEB외환은행’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대기업 영업 및 무역금융 등에 강점을 보유했던 만큼 두 법인의 통합은 고객군을 보완하면서 자금 조달과 운용, 여신 구성 및 규모 측면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시너지를 냈다.

9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51조4296억4400만루피아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꾸준한 성장세다. 문성혁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부행장은 “외환은행 시절에는 달러 베이스 영업을 했다. (구) 하나은행은 (통합 전까지) 8년 로컬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합병을 하면서 엄청 시너지가 났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9월 말 기준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대출 자산 규모는 40조782억루피아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전체 대출 자산의 95%는 기업대출이고, 이중 약 12%가 중소기업(SME) 대출이다. 한국계 기업 비중은 기업대출의 35% 수준이다.

현지 고객이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영업점 앞에 설치된 ATM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김선재 기자
현지 고객이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영업점 앞에 설치된 ATM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김선재 기자

다만, 리테일 영업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BCA ▲BRI ▲Mandiri ▲BNI 등 4개 대형은행(민영 1, 국영 3)이 현지 금융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즉, 외국계 은행으로서 규모와 조달 경쟁력, 채널 한계 측면에 동일한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또한 신용 인프라 기반이 약한 현지 금융시장의 특성상 개인, 기업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도 리테일 영업 확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개인 대출의 경우 신용 인프라 자체가 공유가 안 돼 이에 대한 심사, 부실 관리 등이 여전히 쉽지 않다. 연평균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경제 성장에 따라 중산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다.

더구나 현지 105개 은행간 치열한 영업, 금리 경쟁으로, 한국계 및 현지 대기업 영업의 경우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문 부행장은 “대기업 위주 대출자산 포트폴리오에서 SME 대출자산 및 종업원 급여대출 위주의 리테일 대출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통한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았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디지털 은행인 ‘라인뱅크’다. 이는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이 다른 한국계 은행과 가장 크게 차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문 부행장은 “한국계 진출 은행 중 유일하게 디지털 뱅크인 ‘라인뱅크’를 운영하며, 마이하나 모바일 뱅킹, 개인 인터넷뱅킹, 기업 인터넷뱅킹, 펌뱅킹, ATM 등 손님 앞 디지털 채널 풀 라인업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6월 ‘라인뱅크’ 출시 이후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라인뱅크’ 론칭 이후 신규 개인 고객 수는 130만명 늘었다. 이에 힘입어 2021년 말 약 100만명이던 고객 수는 올해 9월 말 기준 약 330만명으로 3.3배 증가했다. 특히, QRIS 결제, 탑업(Top-up, 충전), 공과금 납부 등 생활형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고, CGV, 스타벅스 등 주요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20~30대 젋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고객 저변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또한 적금(Goal Saving)과 정기예금(TD Flexi)을 중심으로 한 예·적금 포트폴리오를 확립했고, 디지털론(Ditital Loan)을 통해 비대면 신용대출 시장에도 본격 진입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라인뱅크’를 통한 종업원 급여대출 및 채널링 대출 확대를 통해 포트폴리오 균형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수익성 확보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이는 현지 금융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 부행장은 “은행 내 은행이다 보니까 어느 정도 성장 전략 쪽으로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갖고 갔었는데, 조금 더 이익 중심으로 가자라고 선언을 하고 이익 중심으로 가고 있다”면서 “연말 정도 되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 같고, 내년 정도 되면 확실하게 (흑자) 전환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는 자체 ‘차세대 뱅킹 시스템’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성, 확장성에 중점을 둔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이를 위해 약 2년에 걸쳐 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현재 약 140명의 현지 IT 인력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3분기 기준 1507억5400만루피아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것으로, 대출자산 증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 증가 및 비용 절감에 따른 것이다. 누적 기준 순이익은 4810억8600만루피아로, 같은 기간 22.5% 늘었다. 이는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중 가장 큰 규모다.

건전성 지표도 좋아졌다. 3분기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및 순NPL비율은 각각 0.71%, 0.27%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6%p씩 개선됐다. 문 부행장은 “대출 승인 시 대출 금액 및 등급에 따른 내부 여신 승인 프로세스 및 여신위원회 등을 거쳐 잠재적인 신용리스크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여신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 및 실행에 대한 부분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필요 시 모행 리스크그룹의 지원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3년 내 연간 순이익 1조루피아를 달성하고, 중장기적으로 10위권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문 부행장은 “3년 이내에 당기 순이익 1조루피아를 조기에 달성해서 하나금융그룹 내에서도 어느 정도 비중 있는 현지법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리테일도 라인뱅크 등 디지털 쪽도 론칭을 해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점점 미들 클라스가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마켓셰어를 확대하면서 20위권 초반 내지는 10위권대까지 올라가는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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