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 중심의 여전한 집값 상승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기준금리 2.50% 동결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성장률 전망치 수정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방향의 전환’ 발언과 관련해 내놓을 해명에 쏠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현재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다. 이번에 동결을 하면 지난 7월과 8월, 10월에 이른 네 번째 동결 결정이다.
시장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것은 부동산과 환율 등 금융안정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화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여전하다. 특히, ‘10.15 대책’ 발표 이후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을 줄이다가 다시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상승률은 전주 대비 0.20%를 기록했다. ‘10.15 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13일 기준 상승률 0.54%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지만, 대책 발표 이후 ▲0.50% ▲0.23% ▲0.19% ▲0.17% 등 상승폭 둔화 속도가 점차 줄어들더니, 지난 17일 기준으로는 오히려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대책 발효 한 달 만에 규제 효과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서울의 부동산 거래량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겠지만, 6월 27일 대책 이후 2개월가량 정책의 효과가 나타났던 것에 비해 한달만에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약해지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환율도 문제다. 대미(對美) 투자 불확실성으로 상승한 원·달러 환율은 정부가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한 팩트시트를 발표하고, 구두개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47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1.5%인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달러 수요 증가로 환율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기준금리 인하 명분을 약하게 만드는 점이다. 즉,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이는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확장 재정에 따른 민간소비 회복과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에 힘입은 설비투자 및 수출 호조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 0.9%에서 1.0~1.1%로 0.1~0.2%p 상향 조정할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6%에서 1.8~1.9%까지 제시됐다. 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 수준 혹은 상회하는 정도로 조정된다면 이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은 내수 개선과 함께 길어지는 반도체 사이클과 무역협상 불확실성 해소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최소한 (-)Output Gap은 해소될 공산이 크다. (-)Output Gap 해소는 통화정책이 성장에 대응할 필요성을 크게 낮춘다”면서 “성장은 더 이상 기준금리 인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주택시장에 대한 진단적 기대가 있을 때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위축되고, 금융안정은 무엇 하나 개선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3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인하를 전망하는 금통위원 수가 8월 5명, 10월 4명에 이어 이번에는 2~3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다만, 이것이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미 관세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 외에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크게 반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이 총재가 지난 1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방향의 전환’을 언급하자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고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한 바 있다. 이에 금통위는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주며 시장을 안심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임 연구원은 “한은 부총재보가 총재의 발언이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도 금리 상승에 대해 의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도 일부 반영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까지는 멀었다 혹은 여전히 금리 인하는 가능하다는 시그널만 확인해도 시장은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이 나올 경우 시장은 인상 우려를 지움과 동시에 2026년 인하 기대가 되살아나면서 국고 3년 금리는 최대 2.75%까지 하락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경기는 양호하나, 이외 산업 성장세는 미진하며, 소비쿠폰 등의 효과 이후 소비심리가 양호하게 지속되는지 여부도 확인이 필요한 요인”이라면서 “특히, 내년 재정 확장 기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비용 부담 완화 등의 정책 공조 차원의 금리 인하 기대를 여전히 남겨둘 것”으로 예상했다.
